유엔이 콜롬비아의 폭력 사태로 인한 국내 피난민이 1년 만에 85% 급증했다며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인권 보고서에서 콜롬비아가 2016년 평화협정 이전의 심각한 인권 상황으로 회귀할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폭력 사태로 집을 떠나야 했던 피난민은 약 9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85%나 폭증했다. 이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이 2016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떠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반군 단체와 마약 밀매 조직 간의 영토 분쟁이 격화된 결과다.

같은 기간 인권 운동가 피살 사건은 9% 증가했으며, 무장 단체들이 농촌 지역에 내리는 봉쇄 조치도 12% 늘었다. 봉쇄령이 내려지면 주민들은 농사나 사냥이 금지되고, 학교와 상점도 문을 닫아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다.

스콧 캠벨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콜롬비아 대표는 "이 보고서는 조기 경보"라며 "콜롬비아의 인권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지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현재 인권 침해 건수가 FARC와의 내전이 한창일 때만큼 많지는 않지만, 정부가 불법 단체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확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전 당시에는 매년 평균 30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무장 단체에 의한 아동 강제 징집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을 유인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유엔은 2025년에 150건의 강제 징집 사례를 확인했지만, 보복을 두려워하는 가족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정부는 '완전한 평화' 전략 아래 남은 반군 단체들과 평화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보고서는 정부와 반군 간의 휴전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폭력 사태는 오는 3월 총선과 5월 대선을 앞둔 콜롬비아의 정치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정치 지도자 18명이 살해되고 126건의 공격이 발생했다. 특히 작년 6월에는 보수 성향의 대선 후보였던 미겔 우리베가 유세 도중 총에 맞아 두 달 뒤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차기 정부가 2016년 FARC와의 평화협정을 완전히 이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정 내용 중 토지 분쟁 해결을 위한 농업 관할권 신설,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재배를 대체할 작물 장려책 등은 여전히 이행이 부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