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연 기반 배터리 제조업체 이오스 에너지 엔터프라이즈(Eos Energy Enterprises)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생산 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26일(현지시간) 이오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10-K)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환사채 발행, 주식 공모, 미국 에너지부(DOE) 대출 등을 통해 약 15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이오스는 2025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또한 두 차례의 주식 공모를 통해 약 5억4000만달러를 조달했으며, 이와 별도로 워런트 행사로 1억86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미국 정부의 지원이 눈에 띈다. 이오스는 '미국산 아연 에너지 프로젝트(AMAZE)'의 일환으로 DOE로부터 최대 3억350만달러 규모의 대출 약정을 확보했으며, 2025년에 이 중 9090만달러를 인출했다. 이 자금은 펜실베이니아주 터틀 크릭에 위치한 생산 시설을 2027년까지 연간 8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확장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오스는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분석 플랫폼을 통합한 독자 소프트웨어 '돈OS(DawnOS)'를 출시했다. 이어 2026년에는 기존 시스템보다 에너지 밀도를 4배 높인 새로운 에너지 저장 아키텍처 '이오스 인덴시티(Eos Indensity)'를 선보였다.

대규모 자금 조달은 실제 수주 성과가 뒷받침됐다. 이오스는 2025년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 800만달러 규모의 독립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영국 에너지 개발사 프론티어 파워와 5GWh 규모의 프레임워크 계약을 맺고, 미국 신재생에너지 기업 MN8 에너지와 최대 750메가와트시(MWh)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객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이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이오스의 2025년 연간 매출은 1억1420만달러(약 1576억원)로, 전년 1561만달러 대비 632% 급증했다. 다만 생산 확대와 연구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같은 기간 순손실은 6억8590만달러에서 9억6960만달러(약 1조3380억원)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오스의 '미국산' 아연 배터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오스의 아연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고, 풍부한 원자재를 사용해 공급망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