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가 약 100만년 전을 기점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은 부산대학교 소속 연구진과 함께 남극 빙하가 특정 시점 이후 기후 변화에 더 큰 폭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지난 300만년간의 고기후를 재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 100만년 전 '중기 플라이스토세 전환'을 계기로 남극 빙하의 반응성이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 중기 플라이스토세 전환은 지구의 빙하기 주기가 더 길고 강해진 시기를 말한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40ppm이라는 임계점 아래로 떨어지자, 기온과 해수 온도 변화에 따른 남극 빙하량의 변동 폭이 갑자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경숙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남극 빙하 시스템이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반응성이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100만년 전 이후 남극 빙하의 성장이 가속화된 원인도 분석했다. 차가워진 해수 온도가 해수면 아래 빙하가 녹는 것을 줄였고, 낮아진 해수면이 빙붕 아래 지반에 가하는 압력을 감소시켜 해안 지역의 빙하가 두꺼워지는 것을 촉진했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이번 발견은 남극 빙하가 기존 가정보다 외부 요인에 더 민감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미래 반응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빙하가 기후 변화에 선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민감도를 급격히 바꾸는 전환점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래 해수면 상승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