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패혈증을 치명적으로 악화시키는 특정 장내 미생물을 발견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은 감염병연구센터 서휘원·류충민 박사 연구팀이 충북대 김두진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를 과민하게 만들어 패혈증을 중증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패혈증은 세균 감염 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감염을 일으킨 세균 자체보다 과잉 면역 반응이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들이 동일한 양의 병원균에 감염돼도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패혈증이 심각하게 나타난 쥐의 장에는 '뮤리바큘라세'(Muribaculaceae) 계열의 세균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계열에 속하는 '상거리박터 뮤리스'(Sangeribacter muris)라는 특정 세균이 만드는 대사물질이 면역세포를 일종의 '과민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과민해진 면역세포는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필요 이상으로 격렬하게 반응해 통제 불능의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치명적인 패혈증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분변이식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중증 패혈증을 유발하는 장내 미생물 군집을 건강한 쥐에게 이식하자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반대로 건강한 미생물 군집을 이식받은 쥐는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패혈증의 중증도가 감염 병원균뿐만 아니라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휘원 박사는 "장내 미생물이 면역 반응의 강도를 조절해 감염병의 예후를 결정할 수 있음을 증명한 연구"라며 "향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감염 예측 및 면역 제어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4월 3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