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를 한 번 듣고 2분 만에 스스로 학습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 손이 개발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비터비 공대 연구팀은 이 같은 기능을 갖춘 '뮤지션 핸드'를 개발했다고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저널'에 발표했다.

이 로봇은 정해진 악보나 방대한 데이터 없이, 2분 동안 피아노 건반을 무작위로 누르며 소리와 움직임의 관계를 스스로 터득한다. 아기가 팔다리를 움직이며 제어법을 익히는 '운동 재잘거림'(motor babbling)과 유사한 방식이다.

학습을 마친 로봇은 들어본 적 없는 약 30개 음표의 멜로디를 듣고 즉시 연주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인간 피아니스트 4명과 로봇의 연주를 음악 전문가들에게 들려주는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심사위원들은 종종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뮤지션 핸드는 인간의 손처럼 힘줄로 구동되는 4개의 손가락과 소형 전기 모터로 구성된다. 신경망 네트워크가 멜로디 소리를 분석해 이를 재현하는 데 필요한 운동 명령으로 변환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단순한 연주를 넘어 재활, 보조공학, 질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를 이끈 프란시스코 발레로-쿠에바스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외골격 로봇을 예로 들었다. 그는 "로봇이 환자 고유의 움직임 방식을 학습한 뒤, 병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약해지는 움직임을 보조해 원래의 움직임 스타일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뇌졸중 환자 재활, 노인 돌봄, 건설 현장 협업 로봇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발레로-쿠에바스 교수는 "단 2분의 훈련으로 로봇이 예술적 표현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해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