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구분 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성게 모양의 신개념 로봇이 개발됐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를 통해 '동적 대칭'이라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적용한 로봇 '아르거스'를 공개했다.

아르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린 거인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로봇은 정십이면체 형태의 중심부에서 뻗어 나오는 20개의 다리를 가졌으며, 각 다리 끝에는 심도 카메라가 달려있어 '20개의 눈'으로 주변을 360도 인식한다.

이 로봇의 핵심은 '동적 대칭' 원리다. 이는 로봇의 외형이 아닌, 모든 방향으로 얼마나 균일하게 가속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다. 대부분의 로봇이 0.6점 미만인 반면, 아르거스는 이론상 최고치에 가까운 0.91점을 기록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보위안 천 교수는 "로봇의 신체적 대칭보다 기능적 대칭이 더 중요하다"며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가속할 수 있다면 로봇 제어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실제 실험에서 아르거스는 숲, 모래밭, 젖은 표면 등 다양한 지형을 쉽게 주파했다. 외부 충격에도 빠르게 균형을 잡았으며, 다리 3개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계속 움직이는 등 뛰어난 안정성과 복원력을 보였다.

또한 약 4.5kg의 화물을 싣고 최고 속도로 움직이거나, 좁은 수직 벽 사이를 다리로 지지하며 오르는 능력도 선보였다.

연구팀은 아르거스가 특정 이론의 가능성을 입증한 실증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동적 대칭 원리가 앞으로 다양한 로봇을 설계하고 성능을 평가하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교수는 "아르거스는 동적 대칭을 적용한 기계들의 첫 사례일 뿐"이라며 "인간이나 동물을 모방하지 않고도 민첩하고 유용한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