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녹색삼각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최근 발간한 '한중일-아세안 녹색삼각협력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각협력은 선진 공여국, 신흥국, 수혜국이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개발 과제를 해결하는 모델로, 이를 환경 분야에 적용하자는 구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형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약 210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역내 경제 발전 격차가 커 국제 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녹색삼각협력은 한중일 3국이 '촉진 파트너'가 되어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고, 아세안 내 신흥국이 '주축 파트너'로서 발전 경험을 전수하며, 다른 아세안 국가가 '수혜 파트너'가 되는 구조다. 보고서는 한국의 기술력, 중국의 자금력, 일본의 제도화 경험 등 3국의 상호 보완적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성공적인 모델로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제시했다. EU는 라틴아메리카 지역과 제도화된 삼각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참고해 한중일-아세안 협력 역시 상위 전략과 연계하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중일 3국 간의 지정학적·역사적 긴장 관계와 개발협력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인 노선 등이 협력의 수용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연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규모 시범 사업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구축하고, 아세안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아세안 중심성'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