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공급난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겨냥한 서방의 제재 공조가 사실상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영국과 미국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관련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제3국에서 러시아산 원유로 생산된 정제품 수입 금지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고, 미국 역시 러시아산 해상 원유 구매를 허용하는 제재 면제를 30일 추가 연장했다.

이러한 제재 완화는 유럽의 심각한 에너지 수급난 때문이라고 iM증권은 설명했다. 중동발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서 유럽의 중간유분 재고는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영국은 정제설비 폐쇄로 항공유 수요가 자체 생산량을 하루 23만 배럴가량 초과하는 상황이다.

4년째 이어진 러시아 제재에도 전쟁 양상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이 겹치자 서방 국가들이 자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제재를 완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장기화는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를 훼손하기 시작했다. 공급 차질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3~4월 재고를 비축했던 기업들이 추가 구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중국의 휘발유와 경유 소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감소했다.

원료인 납사 가격은 급등했지만, 주력 제품인 에틸렌 등 올레핀 가격은 하락하며 화학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iM증권은 보고서에서 5월 들어 유럽 업체들이 최소 물량만 구매하는 등 수요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