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법무최고책임자(CLO)를 맡고 있던 캐시 루엠러가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이메일이 공개된 후 5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루엠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인물로 2020년부터 골드만삭스의 법무최고책임자직을 맡아왔다. 그는 사임 직전까지 이메일 논란에서 벗어나려 시도했으며 사임 의사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과 루엠러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는 루엠러가 엡스타인을 "오빠 같은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그의 성범죄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루엠러는 최근 성명에서 엡스타인을 "괴물"이라고 불렀지만, 엡스타인이 2019년 두 번째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되기 전까지는 전혀 다른 관계를 유지했다.
루엠러는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을 "제프리 삼촌"이라고 부르며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2019년 체포된 후 맨해튼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2014년 백악관을 떠난 후 민간 로펌에서 일하던 시절, 루엠러는 엡스타인으로부터 고급 핸드백과 모피 코트 등 고가의 선물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선물들은 엡스타인이 이미 2008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성범죄자로 등록된 이후에 주어진 것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배려심 깊어요! 제프리 삼촌 감사합니다!!!" 루엠러는 2018년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렇게 썼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루엠러의 사임 전 성명에서 "그를 알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월가에서는 고객과 은행가 또는 변호사 사이의 선물 수수를 부정적으로 본다. 특히 이해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고가 선물은 더욱 그렇다.
골드만삭스는 행동강령에 따라 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선물을 주거나 받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뇌물 수수 금지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루엠러를 "훌륭한 변호사"라고 평가하며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