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물리적 존재 자체가 서식지 파괴와는 별개로 야생동물의 행동을 크게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 생물다양성·지구변화센터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예일대를 중심으로 50개 이상의 학술 및 정부 기관이 6년간 협력한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흰꼬리사슴, 늑대, 코요테 등 포유류 15종과 독수리, 매 등 조류 22종을 포함한 총 37종의 동물 4500여 마리에 GPS 장치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약 1180만 건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팀은 휴대전화 데이터로 인간의 존재 여부를 측정하고, 위성 데이터로 인간에 의한 서식지 교란 정도를 파악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간의 이동이 급감했던 2019년과 2020년 데이터를 비교해, 장기적인 서식지 변화와 인간 존재의 영향을 분리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종의 65% 이상이 인간의 존재에 따라 행동을 바꿨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이 덜 된 자연환경에서 더 두드러졌다.

종마다 반응은 달랐다. 회색늑대는 인간을 피하기 위해 활동 범위를 넓혔고, 까마귀는 인간과 관련된 먹이를 찾아 더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반면 코요테는 활동 반경을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월터 제츠 예일대 교수는 "서식지 손실이 생물다양성 손실의 핵심 동인이지만, 인간의 직접적인 공간 사용 역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서식지 보존뿐만 아니라, 특정 시기나 민감한 서식지에서 인간의 활동 시간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동 저자인 스콧 얀코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연구원은 "보존 전략은 모든 종에 적용되는 단일한 방식이 아니라 매우 표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