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간의 활동이 줄자 야생동물의 행동반경도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UCSB),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보전생물학 연구소 등 공동 연구팀은 인간의 물리적 존재가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시행됐던 2020년과 이전 해인 2019년의 데이터를 비교했다. 미국 전역의 포유류와 조류 37종, 4581마리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 데이터와 함께 익명의 휴대폰 위치 데이터를 활용했다.
휴대폰 위치 데이터는 특정 지역의 사람 수를 정밀하게 파악해, 도시화나 농지 같은 간접 지표가 아닌 '인간의 실제 존재'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해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동물의 움직임에 대한 인간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휴대폰 데이터를 사용한 첫 번째 연구다.
분석 결과, 연구 대상이 된 동물의 57%가 인간의 존재와 서식지 변화 모두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의 67%, 조류의 68%는 사람의 존재 여부에 따라 활동 영역이나 환경 적응 방식을 바꿨다.
특히 국립공원처럼 인간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일수록 동물들은 인간의 존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서식지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종에 따른 반응 차이도 뚜렷했다. 늑대는 인간과의 오랜 갈등 역사 때문인지 오히려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반면 흰꼬리사슴은 서식지 변형이 심할수록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사람의 존재가 늘어나자 다시 영역을 축소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코로나19 봉쇄 기간 야생동물의 반응을 연구한 '코로나19 바이오 로깅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연구팀은 이 기간을 '인류세의 일시정지'(anthropause)로 명명했다.
연구를 이끈 루스 올리버 UCSB 조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가 동물에게 공간을 제공해야 할 시기와 장소를 보다 현명하게 고려하는 정책을 통해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이룰 수 있다는 낙관론을 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