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이 빛으로 전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화면처럼 빛을 내는 새로운 유기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하나의 소자로 전력 생산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도쿄과학대학(Science Tokyo)의 이자와 세이이치로 부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 4월 20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기 반도체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반도체 소자가 빛을 흡수할 때 생성된 전하가 다시 결합하는 과정에서 빛이나 전기 대신 열로 에너지가 손실되는 '비발광 재결합'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다중 공명 열활성화 지연 형광'(MR-TADF) 소재를 활용했다. 두 종류의 MR-TADF 분자(v-DABNA, QAO)를 층층이 쌓는 단순한 구조로 에너지 손실을 막고 흐름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소자는 전력 변환 효율 1.36%와 발광 효율 2.0%를 동시에 달성했다. 유기 반도체 소자가 두 분야에서 모두 1% 이상의 효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소자는 3.2V의 낮은 전압에서 작동해 리튬이온 배터리와 호환이 가능하다. 상용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1000칸델라(cd/㎡) 수준의 밝은 적색 빛을 방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자와 부교수는 "하나의 소자로 고효율 발광, 에너지 수확, 광검출을 동시에 시연했다"며 "지속 가능한 다기능 소자 플랫폼을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유기 반도체는 갈륨 비소와 같은 무기 반도체와 달리 가볍고 유연하며 반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창문형 태양전지, 착용형 전자기기 등 차세대 전자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