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영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물류 기업 DP월드와의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이메일에서 DP월드 최고경영자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년간 친분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영국 개발금융청(BII)은 "회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DP월드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캐나다의 대형 연금펀드 라 케이스(La Caisse)도 유사한 입장을 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DP월드의 술탄 아메드 빈 술라옘 회장 겸 최고경영자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서 음란물과 성적 마사지, 에스코트 서비스 등을 언급한 이메일들이 발견됐다.
2009년 엡스타인은 한 이메일에서 "어디 있어? 괜찮아? 고문 영상 정말 좋았어"라고 썼다. 이메일 주소가 삭제된 수신자는 "중국에 있다. 5월 둘째 주에 미국 갈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지난 23일 엑스(X)에 이 삭제 처리된 이메일 사진을 올리며 "술탄이 이것을 보낸 것 같다"며 법무부에 공개를 촉구했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매시 의원의 게시물에 답하며 "술탄의 이름은 삭제되지 않은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술탄 빈 술라옘"이라는 이름이 담긴 다른 문서를 언급했다.
라 케이스는 성명에서 DP월드와의 신규 "자본 배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회사가 상황을 명확히 밝히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BII는 대변인을 통해 "엡스타인 파일에서 드러난 술탄 아메드 빈 술라옘 관련 의혹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기관 모두 DP월드의 직접 투자자는 아니지만, 전 세계 항만 프로젝트에 이 회사와 함께 투자해왔다.
공개된 이메일에서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성, 신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다.
2013년 엡스타인은 술라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신은 모든 의미에서 내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 중 한 명"이라며 "당신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썼다. 술라옘은 "고맙다 친구, 내 요트에서 100% 순수 러시아 여성을 맛보러 간다"고 답했다.
같은 해 술라옘은 엡스타인에게 성적 서비스가 포함된 마사지 업소 메뉴를 보여주는 이메일을 보냈다. 2015년에는 술라옘이 엡스타인에게 음란 사이트 링크를 문자로 보냈고, 2017년에는 엡스타인이 술라옘에게 에스코트 웹사이트 링크를 보냈다.
2018년 엡스타인은 술라옘에게 트럼프 측근 스티브 배넌에 대한 이메일을 보내며 "당신이 그를 좋아할 것"이라고 썼다. 다른 메시지에서 술라옘은 트럼프가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행사에 대해 엡스타인에게 물었다. 술라옘은 "트럼프와 악수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나"라고 물었다.
엡스타인은 2019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뒤 감옥에서 자살했다.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은 술라옘을 엡스타인의 범죄 혐의와 직접 연결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DP월드는 여러 차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DP월드는 두바이의 대형 제벨 알리 항구를 운영하며 전 세계 항만에서 화물 터미널을 운영하는 물류 대기업이다. 술라옘은 이전에 부동산 개발업체 나킬을 포함한 두바이 월드 그룹의 회장으로 더 큰 역할을 맡았다. 나킬은 야자수와 세계 지도 모양의 인공 섬을 만들어 두바이를 신흥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AP통신은 CBS, NBC, MSNBC, CNBC 기자들과 협력해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