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주목받는 산림 탄소배출권이 실제 산림의 탄소 방출 위험을 6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UCSB) 등 공동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이 산불, 가뭄, 병충해 등으로 인한 산림 파괴 시 탄소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운영하는 '완충 풀(buffer pools)' 제도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완충 풀은 예상치 못한 탄소 방출에 대비해 비축해두는 추가 탄소배출권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관리하는 탄소배출권 프로그램의 경우, 향후 100년간 예상되는 산림 탄소 손실을 완전히 보상하려면 현재보다 완충 풀 규모를 평균 6배 늘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림 데이터와 위성 관측, 머신러닝을 이용해 미국 전역의 산림이 향후 100년 내 탄소를 방출할 위험을 지도화했다. 기후변화를 고려한 모델에서 산불로 인한 탄소 손실 위험 지역은 기존 10%에서 33%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아이다호, 남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 미국 서부의 건조 지역은 향후 100년 내 산불로 탄소를 방출할 확률이 80% 이상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논문의 공동 주저자인 차오 우 칭화대 교수는 "산불은 자연기반 기후해법의 내구성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기후 위협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강력한 완충 풀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산림을 이용한 자연기반 기후해법은 기업 등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산림 보호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얻는다.
교신 저자인 윌리엄 안데레그 유타대 생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림이 직면한 내구성 위험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탄소 시장에서 과소평가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더 나은 과학을 통해 이 정책들이 더 잘 작동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낮은 지역을 식별해 산림 관리 및 보존 노력을 전략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곳에서 산림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상호작용 도구도 공개할 예정이다.
